모나코 서킷: 3.337km에 코너 19개, 추월이 안 되는 진짜 이유
요약: 모나코 서킷은 왜 추월이 안 될까?
- 랩 길이 3.337km에 코너가 19개. 2026 캘린더에서 가장 짧고, 평균 속도 약 165km/h로 가장 느리다.
- 그랜드 호텔 헤어핀은 45~48km/h. F1 전체에서 가장 느린 코너라서 팀들은 이 코너 하나 때문에 조향각을 키운 전용 부품을 따로 만든다.
- 2026년부터 DRS가 사라졌다. 대체품인 액티브 에어로는 모나코에서 아예 꺼진다. 추월을 위해 만든 장치가 추월이 가장 안 되는 곳에서 잠기는 셈이다.
- 차폭이 2,000mm에서 1,900mm로 줄었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가장 넓은 지점이 12m쯤 되는 트랙에서 10cm는 아무것도 아니다.
- 그래서 예선이 전부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드라이버가 우승한 비율이 역대 47.2%, 2004년 이후로 좁히면 72.7%다.
3.337km, 코너 19개
모나코 서킷(Circuit de Monaco)의 공식 제원은 이렇다. 랩 길이 3.337km, 코너 19개, 78랩, 총 260.286km. 랩 레코드는 2021년 루이스 해밀턴이 메르세데스 W12로 세운 1분 12초 909.
숫자만 보면 작고 짧다. 그런데 고저차가 42m다. 스파, 슈필베르크, 인터라고스 다음으로 큰 편차를 3km 남짓한 시가지 도로에 접어 넣었다. 최고 속도는 터널과 보 리바주 오르막에서 약 280km/h까지 올라가는데 평균은 약 165km/h로 F1 개최 서킷 중 최저다. 넬슨 피케가 남긴 표현이 아직도 가장 정확하다. 여기서 달리는 건 거실에서 자전거 타는 것 같다고 했다.
1년에 한 번을 위해 부품을 새로 만드는 코너
6번 코너, 그랜드 호텔 헤어핀. 예전엔 로우스, 지금은 페어몬트 헤어핀으로 불린다. 통과 속도가 45~48km/h로 F1에서 가장 느리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이 서킷의 성격을 압축한다. 이 헤어핀은 스티어링을 끝까지 꺾어야 돌아갈 수 있는데 일반 사양의 랙으로는 물리적으로 각이 안 나온다. 그래서 팀들은 조향각을 키운 프런트 업라이트와 스티어링 랙을 모나코 전용으로 따로 제작한다. 시즌에 딱 한 주말 쓰려고 만드는 부품이다.
2026년엔 변수가 하나 더 붙었다. MGU-H가 폐지되면서 이 속도대에서 터보 샤프트 회전이 떨어지고 탈출할 때 터보래그가 눈에 띄게 생겼다. 팀들은 공격적인 엔진 맵으로 메우고 있다.
추월 지점 앞에 최악의 조건이 놓여 있다
이 트랙에서 제대로 제동을 거는 구간은 사실상 하나다. 10·11번 누벨 시케인, 280km/h에서 80km/h로 떨어뜨리는 랩 최강의 브레이킹 존.
문제는 그 직전이 터널이라는 것이다. 페어몬트 호텔 아래를 지나는 약 500m 곡선인데, 터널 안에서는 기류가 달라져 다운포스를 20~30% 잃는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다시 밝음으로 시야가 바뀌고 노면 온도 차이로 그립까지 달라진다. 앞차를 따라붙기에 가장 나쁜 조건이 유일한 추월 지점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포르티에(8번)의 탈출 속도가 터널 전체를 좌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88년 세나가 선두로 달리다 벽을 받은 지점이 여기다. 이론상 추월이 가능한 다른 한 곳은 17·18번 라 라스카스인데, 2006년 슈마허가 예선 중 차를 세워 논란을 만든 그 코너다.
예전 글은 DRS로 설명하지만, 2026년엔 다르다
한국어로 된 F1 글 대부분이 아직도 "DRS 존에서 리어윙을 열어 추월한다"고 쓴다. 2026년부터 DRS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두 가지가 들어왔다. 하나는 액티브 에어로다. 앞뒤 윙이 함께 움직이면서 직선에서는 항력을 줄이는 스트레이트 모드로, 코너에서는 다운포스를 키우는 코너 모드로 전환한다. 다른 하나는 오버테이크 모드다. 앞차와 1초 이내에 들어가면 리어윙이 열리는 게 아니라 추가 전기 에너지를 받는다.
여기서 모나코가 다시 특별해진다. FIA는 몬테카를로 주말 내내 차량을 코너 모드로 고정한다. 스트레이트 모드를 쓰려면 3초 이상 지속되는 직선이 필요한데, 모나코엔 그런 직선이 없다. 쓸 수 있는 건 오버테이크 모드뿐이고, 감지 구간은 1617번, 발동 구간은 1819번에서 피트 직선까지다. 200km/h를 넘으면 MGU-K 방출을 제한하는 전용 엔진 맵까지 걸린다.
정리하면, F1이 추월을 늘리려고 새로 만든 장치가 정작 추월이 가장 안 되는 서킷에서는 잠겨 있다.
차를 10cm 좁혔는데 왜 그대로였나
2026년 규정은 차를 실제로 작게 만들었다. 차폭 2,000mm에서 1,900mm, 휠베이스 3,600mm에서 3,400mm, 플로어 폭 150mm 축소, 최소중량 30kg 감량.
레이스 전에는 기대가 있었다. 키미 안토넬리와 샤를 르클레르를 비롯한 드라이버들이 차가 작아지고 다운포스가 줄면 제동거리가 길어져 기회가 생길 거라고 말했다. 결과는 그 낙관을 부정했다. 분석가들은 진짜 레이싱이라 부를 만한 장면이 없었고, 세이프티카가 없었다면 지루했을 거라고 평했다.
산수를 해보면 당연하다. 가장 넓은 스타트-피니시 직선이 약 12m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차 한 대 폭에 양쪽이 방벽이다. 여기서 10cm는 반올림 오차다. 참고로 2025년 레이스는 78랩 동안 완료된 추월이 4회였고, 2024년은 17회였는데도 예선 톱10이 순서 그대로 완주했다.
그래서 토요일이 일요일을 결정한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드라이버가 우승한 경우가 역대 72회 중 34회, 47.2%다. 2004년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22회 중 16회, 72.7%로 뛴다. 다른 어떤 서킷에서도 예선 한 랩이 이만큼 결과를 확정하지 못한다.
FIA도 손을 대봤다. 2024년 톱10이 그리드 순서 그대로 끝나자, 2025년 모나코에 한해 최소 3세트 타이어 사용, 즉 2스톱을 의무화했다. 벌어진 일은 레이싱이 아니라 게이밍이었다. 레이싱불스의 리암 로슨과 윌리엄스의 카를로스 사인츠가 랩당 4초씩 일부러 느리게 달려 뒤차를 묶었고, 그 사이 팀메이트 이삭 하자르와 알렉스 알본이 순위를 잃지 않고 피트인할 창을 얻었다. 윌리엄스 팀 대표 제임스 보울스는 가장 불편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이 규정은 2026년 2월 28일 폐지됐다. 처음 공개된 2026 스포팅 레귤레이션에는 조항이 남아 있었지만, 재검토를 거쳐 모나코 전용 타이어 조항이 통째로 삭제됐다. 지금 모나코에만 적용되는 피트인 규정은 없다. 아직도 "올해도 2스톱 의무"라고 쓴 프리뷰 기사가 돌아다니는데 낡은 정보다.
2026년 모나코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제83회 모나코 그랑프리 결승은 2026년 6월 7일에 열렸다. 개최 시기가 5월 말에서 6월 첫 주말로 옮겨진 첫해다. 폴은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1분 12초 051로 잡았고 그대로 라이트 투 플래그 우승했다. 폴·우승·패스티스트랩·전 랩 리드를 모두 챙긴 그랜드 슬램이었고, 19세로 역대 최연소 모나코 우승자가 됐다. 2위는 6.271초 뒤의 루이스 해밀턴(페라리), 3위는 피에르 가슬리(알핀).
리타이어는 7대였다. 막스 베르스타펜이 1랩 만에 엔진 고장으로 아웃됐고, 르클레르는 64랩째 마지막 코너에서 벽을 받아 레드플래그를 불렀다. 캐딜락의 세르히오 페레스는 리스타트 위치 위반 10초 페널티로 팀의 F1 첫 포인트를 날렸다. 그렇게 어수선했는데도 폴 시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앞에서 달렸다. 규정을 넣든 빼든 기하학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2025년과 2026년이 양쪽에서 증명한 셈이다.
참고로 역대 최다 우승과 최다 폴은 모두 아일톤 세나(6승·5폴)의 것이고, 컨스트럭터 최다는 맥라렌 16회다. 2026년 모나코는 맥라렌의 통산 1,000번째 그랑프리이기도 했다. 1966년 데뷔한 곳도 여기다.
직접 가보려는 사람에게
가장 흔한 오해부터. 이 트랙은 폐쇄 서킷이 아니라 연중 일반 차량이 다니는 공공 도로다. 배리어를 세우는 데 6주, 걷어내는 데 3주가 걸려서 봄에 가면 구조물이 보인다. 레이스 주말에도 그날 세션이 끝나면 초저녁에 도로가 재개통된다. 현지인들이 공짜로 트랙을 걷는 방법이다. 도보 한 바퀴는 약 3.3km인데 고저차 42m가 다리에 그대로 온다.
티켓은 비싸다. 2026년 공식 가격으로 그랜드스탠드 A(생트 데보트)가 일요일 약 950유로, 카지노 앞 B석은 1,0501,150유로다. 가장 싼 선택지는 언덕 일반석 르 로셰로 일요일 약 130유로, 서포트 시리즈만 열리는 목요일은 30유로. 3일권은 대체로 1,000유로를 넘고, 예전과 달리 무료 관람 구역은 이제 없다. 2027년 가격은 아직 미공개다. 요트 정박은 25m급이 2만5만 유로부터 시작하는데, 항구 구간만 부분적으로 보이는 사교 이벤트에 가깝다. 레이스를 보려는 거라면 그랜드스탠드가 훨씬 낫다.
경기 흐름이나 용어가 낯설다면 F1 규칙부터 정리하고 오는 편이 낫다. 어느 팀이 어떤 드라이버를 쓰는지는 2026 F1 팀 라인업에 있고, 이 서킷에서 1랩 만에 사라진 드라이버가 궁금하다면 막스 베르스타펜 나이와 커리어 기록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