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창당, 가능할까?

일론 머스크

트럼프와의 결별, 그리고 '아메리카당'의 등장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정치판에 폭탄 선언을 던졌다. 2025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적 갈등 속에서 새로운 정당 창당을 시사하는 설문조사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미국에서 중도층 80%를 실제로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나요?"라는 질문에 약 80%의 응답자가 찬성했다. 머스크는 이를 "운명"이라고 표현하며 '아메리카당(The America Party)'이라는 당명까지 제시했다.

갈등의 출발점: '빅 뷰티풀 빌'

머스크와 트럼프의 결별은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이라는 대규모 지출 법안에 대한 머스크의 강력한 반대에서 시작됐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130일간 활동하며 정부 지출 1조 달러 삭감을 목표로 했던 머스크에게 이 법안은 모순 그 자체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 거대하고 터무니없는, 돼지고기로 가득한 의회 지출 법안은 역겨운 혐오물이다"라며 분노를 표출한 머스크는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며 "아주 배은망덕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창당의 현실적 조건들

1. 막대한 자금력과 영향력

머스크의 창당 계획에는 강력한 배경이 있다. 2024년 대선에서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해 최대 기부자가 된 그는 정치적 영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아메리카 PAC이라는 정치행동위원회를 통해 2억 3900만 달러를 지출한 실적도 있다.

2. 협력 제안과 기존 인프라

흥미롭게도 민주당 출신으로 2022년 '전진당(Forward Party)'을 창당한 앤드루 양이 머스크에게 신당 창당 협력을 제안했다. 양은 "미국 정치 시스템이 기능 장애에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며 머스크와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양은 "전국에 50만개 이상의 지방 선출직이 있고, 그중 70%는 경쟁자가 없다. 자금력과 조직력만 있으면 수천명의 무소속 또는 제3당 당선자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3. 정치적 동기와 이념

머스크의 창당 배경에는 '민주공화당 단일 정당(Democrat-Republican uniparty)'이라는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양당 모두를 "돼지당(Porky Pig Party)"이라고 조롱하며 재정 건전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현실적 제약 요인들

1. 구조적 한계

미국의 양당 체제는 매우 견고하다. 새로운 정당 창당에는 각 주별 까다로운 등록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정당을 통한 정치자금 운용에는 엄격한 상한선이 존재한다. 머스크가 무제한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슈퍼 PAC과 달리, 정당 기부는 100만 달러 미만으로 제한된다.

2. 트럼프의 견제와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일론이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한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치를 것"이라며 "연방 정부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3. 역사적 선례의 부재

전 트럼프 보좌관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로스 페로가 대통령 선거에서 19.9%의 득표율을 기록해 양대 정당을 놀라게 했지만, 이후 제3당은 봉쇄됐다"며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머스크는 진심일까?

흥미롭게도 머스크는 창당 의지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예비선거 참여가 "최고의 투자 대비 효과"라는 의견에 "OK"라고 답하고, 기존 정당을 "내부에서부터 개혁"하자는 제안에도 "흠"이라고 반응했다.

플로리다 공화당 하원의원 지미 패트로니스는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이 일시적 갈등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그래서 진짜 되나요?

일론 머스크의 창당 계획은 단순한 정치적 쇼가 아닌, 미국 정치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 도전을 의미한다. 그의 막대한 자금력과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창당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미국의 견고한 양당 체제, 복잡한 선거제도,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견제는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머스크 자신도 창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3.5년의 임기가 남았지만, 나는 40년 이상 있을 것"이라고 말한 머스크의 발언은 장기적 정치 참여 의지를 시사한다. 그의 창당 계획이 실현될지는 향후 트럼프와의 관계 회복 여부와 2026년 중간선거 결과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아메리카당'은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 정치의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기에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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