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미가 뭐에요? 고이즈미 신지로와 고고미

일본의 정부 비축미 고고미(古古米)는 단순한 농업 용어를 넘어 일본 사회의 경제적 현실과 식문화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2025년 쌀값 급등 상황에서 긴급 방출된 고고미는 소비자들에게 "차선책이지만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 소비자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고미 용어의 어원과 명명 체계

한자 구성의 독특한 언어적 특성

고고미(古古米)는 일본어 특유의 직관적 명명법을 보여준다. 古(고) 자를 반복하여 경과 연수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한자 하나당 1년을 의미한다:

  • 신미(新米): 당해연도 수확 쌀
  • 고미(古米): 수확 후 1년 경과 쌀
  • 고고미(古古米): 수확 후 2년 경과 쌀
  • 고고고미(古古古米): 수확 후 3년 경과 쌀

이러한 분류법은 1995년 식량법 시행과 정부비축미 제도 도입 이후 공식화되었다. 농림수산성은 미곡연도(11월 1일~익년 10월 31일)를 기준으로 하여 체계적인 연차별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품질 변화와 고미화 현상

고고미가 되면서 나타나는 고미화(古米化)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중성지질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되는 펜타날과 헥사날 같은 유리지방산으로 인해 특유의 고미취(古米臭)가 발생한다. 또한 흡수속도 저하, 취반팽창성 증가, 밥알 경화 등의 물리적 변화도 동반된다.

일본 정부 비축미 시스템에서의 위치

회전 비축 체계의 핵심 요소

일본 정부는 식료안정공급특별회계를 통해 약 100만 톤의 비축미를 관리한다. 회전 비축(回転備蓄) 방식으로 매년 20만 톤의 신미를 매입하고 오래된 것부터 순차 교체하는데, 고고미는 이 체계에서 교체 대상의 핵심을 차지한다.

보관 기간 5년을 초과한 비축미는 원칙적으로 사료용으로 매각되지만, 2024년 정책 변경으로 "주식용 쌀의 원활한 유통에 지장이 생긴 경우" 조건이 신설되어 예외적 주식용 방출이 가능해졌다. 현재 방출되는 비축미는 2022년산(고고미) 20만 톤과 2021년산(고고고미) 10만 톤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 농수상의 파격적 발언들

"감가상각" 용어 사용의 파장

고이즈미 신타로 농림수산상은 2025년 5월 취임 후 "쌀 담당 대신"을 자처하며 파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창고에 있는 동안의 부분은 감가상각된다"는 회계 용어를 쌀에 적용한 발언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NHK 프로그램에서 "2021년산(고고고미)이면 5kg에 1800엔 정도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했으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2021년산미(고고고미)나 2022년산미(고고미)라는 형태가 실제로는 적절할지도 모릅니다"라며 명칭 변경까지 언급했다.

당내 갈등과 정치적 파장

고이즈미 농수상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노무라 데쓰로 전 농수상(81세)이 강하게 비판했다. "농림부회 승인 없이 거의 자신이 결정해서 자신이 발표해버린다"는 지적에 고이즈미 농수상은 "대신이 하는 모든 것을 당에 의논해야 한다면 누가 대신이 되어도 대담한 판단은 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자민당 내 농림족과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매체별 보도 논조의 차이

NHK는 객관적 사실 전달에 중점을 두며 정책 효과를 중립적으로 다뤘고, TBS는 현장 중심의 소비자 반응에 집중했다.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했으며,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내부 갈등에 주목했다.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고고미 방출의 즉각적 효과에는 주목하면서도, 쌀 소비 감소와 JA 유통 독점 구조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키야논 글로벌 전략연구소 전문가는 "비축미 5kg 2000엔 방출로도 쌀 전체 가격에는 영향 없다"며 정책 효과에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일본의 쌀

소비자 반응의 이중성

경제적 현실주의와 품질 우려의 공존

일본 소비자들의 고고미에 대한 반응은 복합적이다. 전통적인 "신미 우선주의" 문화로 인해 "고미는 맛없다"는 고정관념이 강하지만, 쌀값 급등이라는 현실 앞에서 "차선책"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구매자들의 평가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보통으로 맛있다", "냄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으며, 카레나 차즈케와 함께 먹으면 "풍미 부족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실용적 접근을 보였다.

완판 현상과 사회적 논의

고고미는 판매 개시와 동시에 "즉시 완판" 현상이 지속되었다. 천바현 마츠도시 홈센터에서는 오전 7시부터 65포 분량의 인원이 줄을 섰고,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는 "인생을 얕봤습니다. 세상을 얕봤습니다"라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치적 비판사회 현상 논의가 활발했다. 일부는 "일본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고고고미 같은 건 안 먹어"라며 거부감을 보인 반면, 다른 이들은 "올바르게 보존된 고고고미는 맛있다"며 실용적 접근을 보였다.


구조적 문제와 한계점

유통업계의 불평등과 정책 형평성

고고미 방출 과정에서 중소 슈퍼마켓 차별 논란이 제기되었다. 대형 소매업체는 2022년산 고고미(5kg 2000엔대)를, 중소 슈퍼마켓은 2021년산 고고고미(5kg 1800엔대)를 배정받았다. 연간 1000톤 이상 취급 조건으로 중소업체가 배제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공동통신의 독점 보도에 따르면, 비축미 방출로 창고 수입이 월 4억 6천만엔 소실되어 일부 창고업체가 폐업까지 검토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정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쌀 소비 문화의 근본적 변화

더 큰 문제는 일본인의 쌀 소비 감소라는 구조적 현실이다. 현재 일본인 주식의 29%만이 쌀이고 44%는 빵이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고미 방출은 임시방편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고미(古古米)라는 용어는 일본어의 독특한 언어적 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일본 사회의 경제적 현실과 정치적 역학관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1995년 식량법 시행 이후 체계화된 이 분류법은 정부 비축미 관리의 핵심 요소가 되었지만, 2025년 긴급 방출 과정에서는 정치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경제적 현실주의와 품질 우려가 공존하는 복합적 양상을 보인다. 전통적인 신미 선호 문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고고미를 현실적 대안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실용적인 조리법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고고미 방출은 쌀 소비 감소, JA 유통 독점, 농업 정책의 구조적 한계 등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고고미는 결국 일본 농업과 식량 정책이 직면한 전환점의 상징이자,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임시방편적 대응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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