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진딧물, 고추총채벌레 예방 및 초박멸 방법
고추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총채벌레와의 전쟁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크기가 겨우 0.8mm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벌레가 고추밭을 황폐화시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수십 년간 고추를 키워온 농부들의 경험과 최신 농업기술을 결합하면 총채벌레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총채벌레, 넌 누구세요?
총채벌레는 단순히 잎을 갉아먹는 해충이 아니다. 이들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칼라병'이라 불리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를 매개하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총채벌레가 바이러스를 옮기기 시작하면 밭 전체가 초토화될 수 있다.
주요 총채벌레 종류와 특징
고추밭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다. 이들은 약충과 성충이 모두 기주식물의 순, 꽃, 또는 잎을 흡즙한다. 고추 등 채소 작물은 물론이고 거베라, 장미 등 화훼류, 감귤, 복숭아 등 과수류에도 피해를 주는 다식성 해충이다.
꽃이 필 무렵부터 꽃 내부나 어린 과일의 꽃받침 부위에 주로 기생해 흡즙하기 때문에 피해 과일은 자라면서 기형과가 생기거나 과피에 갈색 또는 회색의 지저분한 흔적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월동이 가능하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고추 뿐 아니라 각종 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알에서 성충까지의 기간은 약 18일(25℃)이고, 성충 수명은 60일(20℃)이다. 번식력이 워낙 뛰어나서 한번 발생하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약제로 방제할 경우 접촉이 어려운 부위로 숨어들어 방제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농가들을 더욱 골치 아프게 만든다.
예방이 최고의 치료.
총채벌레, 진딧물 예방하기
황색 끈끈이트랩의 마법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때'를 아는 것이다. 총채벌레 방제도 마찬가지다. 황색 및 청색 끈끈이트랩을 설치(작물 상단 30cm, 3~4m간격)하여 예찰하고, 발생 초기에 등록된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방제 효과를 높여 줍니다.
황색 끈끈이트랩은 마치 총채벌레를 위한 '유혹의 덫'과 같다. 총채벌레들이 노란색에 끌리는 습성을 이용한 것인데, 이 트랩만 제대로 설치해도 발생 여부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경험상 트랩에 3-4마리가 붙기 시작하면 바로 방제에 들어가야 한다.
주변 환경 관리의 중요성
주변 잡초에도 발생해 기주범위가 대단히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밭만 깨끗하게 관리해서는 안 된다. 밭 주변의 잡초까지 철저히 제거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봄철 정식 전에 주변 잡초를 미리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약품으로 방제 및 박멸하기
총채벌레 방제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약제 저항성이다. 약제저항성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각 약제의 방제효과도 약간씩 차이가 있으므로 저항성 발달을 억제시키기 위해 여러 계통의 약제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농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효과적인 약제들을 살펴보면:
- 모스피란 수화제: 진딧물과 꽃노랑총채벌레의 신경세포에 작용해 이상흥분을 일으켜 전신 경련과 마비증상이 나타나 죽게 한다
- 다트롤 유탁제: 국내에 없던 신규물질이기 때문에 새로운 작용기작을 보여 기존 약제에 감수성이 저하된 해충에도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 캡틴 유제: 알부터 성충에 이르기까지 총채벌레의 모든 성장단계에 적용 가능하다
살포 요령의 노하우
살포 시 꽃과 잎 뒷면에도 약액이 충분히 묻도록 뿌려줘야 한다. 총채벌레는 잎 뒷면이나 꽃 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충 뿌려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조직 속에 산란된 알은 방제 효과가 낮으므로 발생되는 시기에 3~5일 간격으로 3회에 걸쳐 살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접착유인리본 등을 설치해 낮은 밀도에서의 성충을 억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잎 뒷면이나 꽃, 신초 부위 등을 면밀히 조사해 조기 발견에 노력해야 한다.
친환경 방제로
약 안치고 퇴치 및 박멸하기
천적 곤충의 활용
최근에는 화학농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천적을 활용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총채벌레 천적으로 미끌애꽃노린재, 으뜸애꽃노린재, 오이이리응애를 이용할 수 있다. 생물적 방제로는 이들 천적을 총채벌레 발생초기에 1㎡당 1~2마리를 1~2주 간격으로 2~3회 방사한다.
특히 미끌애꽃노린재는 유럽에서 이미 20년간 총채벌레 방제에 사용돼온 천적곤충이다. 총채벌레 외에 진딧물, 점박이응애, 가루이도 포식한다는 장점이 있어 종합적인 해충 관리가 가능하다.
으뜸애꽃노린재도 효과적인 천적이다. 농과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꽈리고추에서 으뜸애꽃노린재 방사를 통해 총채벌레 밀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지중해이리응애도 주목할 만한 천적이다. 성충이 되면 1일 5~10마리의 총채벌레를 포식한다. 하루에 최대 10마리까지 잡아먹는다니, 자연의 살충제라고 할 수 있다.
천연 방제제 만들기
화학농약이 부담스럽다면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천연 방제제도 있다. 사람이나 반려동물에 안전한 천연 살충제로는 식용유와 달걀노른자를 섞어 만드는 '난황유'가 대표적입니다.
난황유 제조법
- 물 100ml에 달걀 노른자 1개를 넣고 믹서로 3-4분간 갈기
- 식용유 60ml를 넣어 다시 5분 이상 갈기
- 완성된 난황유를 물에 100배 희석해서 사용
식용유는 해충의 숨구멍을 막아 질식시키는 역할을 하며, 노른자는 식용유와 물이 잘 섞이도록 돕는 유화제 역할을 합니다.
같이 쓰면 효과가 더 좋다!
화학농약과 천적의 조화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아바멕틴과 스피네토람 약제의 경우 3일 이후에는 대상 천적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총채벌레 밀도가 높을 때는 선택성이 높은 약제를 먼저 사용하고, 3일 후에 천적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기별 방제 전략
정식 전: 모종 단계에서부터 예찰 시작, 주변 잡초 제거
정식 초기: 황색 끈끈이트랩 설치, 예방적 천적 투입
생육기: 정기적인 약제 순환 살포, 지속적인 모니터링
수확기: 천적 중심의 관리, 잔류농약 주의
핵심은 이겁니다.
30년 넘게 고추를 키워온 농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총채벌레는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것이다. 총채벌레는 크기가 작아 육안 관찰이 어려워 피해증상이 보이는 경우 밀도가 증가한 상태이므로 초기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총채벌레와의 싸움은 '예방'에서 시작해서 '지속적인 관리'로 끝난다. 끈끈이트랩을 설치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상황에 맞는 방제법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고추총채벌레를 이기는 농부의 지혜다.
함께 오는 불청객: 진딧물도 잊지 말자
총채벌레만큼이나 골치 아픈 것이 진딧물이다. 고추에는 주로 복숭아혹진딧물과 목화진딧물이 발생하는데, 성충과 약충이 모두 새순과 잎 뒷면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가해한다. 1차적으로는 흡즙에 의한 잎이 쪼그라들어 생장을 저해하고, 2차적으로 바이러스(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잠두위조바이러스, 고추얼룩바이러스 등)를 전염시켜 피해가 크다.
진딧물이 배설한 감로는 고추 잎을 오염시키고 그을음병을 유발시켜 광합성을 억제시키는 등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발생초기에 방제해야 한다. 정식 후부터 연중 발생하며 몸 색은 계절에 따라 녹색, 적색, 녹황색, 흑녹색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진딧물 방제법
화학적 방제: 발생초기에 진딧물 전용 약제를 주기적으로 살포한다. 초기에는 주로 새순에 많고 이후에는 잎 뒷면에 주로 서식하므로 약제 살포시 잎 뒷면이 충분히 묻도록 꼼꼼히 살포해준다.
생물적 방제: 콜레마니진디벌, 싸리진디벌, 수염진디벌, 진디혹파리, 진디면충좀벌, 칠성풀잠자리붙이, 무당벌레 등이 있으나 구입하기 쉬운 콜레마니진디벌, 수염진디벌, 진디혹파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농사는 자연과의 끊임없는 대화다. 총채벌레와 진딧물도 생태계의 일부이기에 무작정 박멸하려 하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