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폭리 공개한다" 고이즈미 신지로가 폭로한 일본 쌀 폭등 대란의 진실
2025년 6월 5일, 일본 중의원 농림수산위원회에서 한 정치인의 발언이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대신이 쌀 유통업체의 폭리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것이다.
"사명은 말하지 않겠지만, 쌀 도매 대기업의 영업이익을 보면 전년 대비 500%입니다. 다른 대형 도매업체도 250%를 넘고 있어요. 이런 것은 이상합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었다. 일본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레이와 쌀 소동'의 핵심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폭탄선언이었다. 농가는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소비자는 3배로 뛴 쌀값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오직 중간 유통업체만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농민은 굶어도 중간업체는 떼돈 번다
숫자로 보는 참상
일본의 쌀값 폭등은 통계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5년 2월 기준 니가타산 고시히카리 60kg의 도매 가격은 약 5만1250엔으로, 1년 전보다 3배 높아졌다. 전국 슈퍼마켓 평균 쌀 판매가격(5kg)도 3892엔으로 1.9배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농가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수확 시점에 받는 개산금은 60kg당 1만5000엔에 머물렀고, 시장 가격이 2만6000엔까지 치솟았음에도 농가들은 아직 그 차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가의 어려움은 계속되는데 중간 유통업체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의 역설적 상황
흥미롭게도 이런 일본의 위기는 한국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35년 만에 한국 쌀이 일본 시장에 본격 수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었다. 농협이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산 쌀은 적자를 감수하며 판매되고 있었다.
전남 해남에서 생산된 '땅끝햇살' 브랜드는 일본에서 10kg에 9000엔(약 9만원)에 팔리고 있지만, 일본의 1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와 각종 물류비를 고려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농협 관계자도 "적자를 보고 수출하는 것은 맞지만 일본 시장 반응을 테스트해본다는 의미"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진짜 적은 JA농협이었다 - 아들이 아버지를 뛰어넘는 순간
아버지를 넘어서려는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의 농정 개혁 의지는 단순한 정치적 포퍼먼스가 아니다. 그의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우정민영화로 기존 구조를 해체했듯이, 신지로는 일본 농정의 철옹성인 'JA농협-농림수산성-농림족 의원'으로 이루어진 농정 트라이앵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취임 첫날부터 그는 기존 입찰 방식을 포기하고 대형 유통업체와 직접 수의계약을 체결해 5kg 2000엔대의 비축미를 시장에 공급했다. 이는 JA농협의 중간 착취 구조를 우회하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블랙박스의 해체
고이즈미 신지로가 지적한 쌀 유통의 '블랙박스'는 오랜 기간 일본 농정의 핵심 문제였다. 블랙박스란 항공기 사고 조사에 쓰이는 비행기록장치에서 유래된 용어로, 내부 작동 원리를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시스템을 뜻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은밀하고 복잡한 구조를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는 국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소매업체들로부터도 쌀 유통은 다른 식품에 비해 극도로 복잡하고 괴이하며, 블랙박스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과연 쌀 유통이 어떤 상황인지 가시화시키고 싶습니다."
쌀 유통의 '블랙박스'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농가에서 60kg당 1만5000엔에 출하된 쌀이 소비자에게 5kg당 4000엔(60kg 환산 시 4만8000엔)에 팔리는 과정에서 누가, 언제, 얼마의 마진을 가져가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는 구조를 말한다.
집하업체 → 1차 도매 → 2차 도매 → 3차 도매 → 소매업체로 이어지는 복잡한 단계마다 가격이 올라가지만, 각 단계별 실제 업무 내용과 정당한 수수료 범위는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이런 불투명성 때문에 500% 영업이익 급증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이다.
이 발언은 단순히 현상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구조 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81세 늙은이의 7000만엔 뒷거래가 들통나다
구세력의 저항
신지로의 개혁 의지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81세의 노무라 데쓰로 전 농림수산대신은 공개적으로 신지로를 비판했다:
"농림부회에 회부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버린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런 족들이 있기 때문에 일본 농업이 망가진 것 아니냐", "담당 대신보다 책임을 지지 않는 자민당 부회가 더 권한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이 나라 정치가 왜곡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노무라 전 대신이 과거 10년간 JA 관련 단체로부터 약 7000만엔의 헌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비판이 기득권 수호를 위한 것임이 명백해졌다는 점이다.
"관세 없앤다"는 가짜뉴스에 속지 마라
단기 처방의 한계
현재 고이즈미 신지로가 추진하는 비축미 방출은 분명 즉효성이 있다. 실제로 이온, 라쿠텐, 돈키호테 등을 통해 5kg 2000엔대의 쌀이 공급되면서 일시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비축미가 떨어지면 결국 기존의 고가격 구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감반정책(減反政策)의 폐지와 수입 관세 인하라는 구조적 개혁에 있다.
거짓 정보와 실제 의도
흥미롭게도 "비축미가 없어지면 관세 없이 수입미를 들여놓겠다"는 발언이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졌지만, 일본 팩트체크센터의 검증 결과 이는 거짓 정보였다. 실제 신지로는 "모든 선택지를 부정하지 않는다"고만 발언했을 뿐, 관세 철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그의 정치적 현실감각을 보여준다. 급진적 개혁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농정 트라이앵글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전략적 사고의 결과로 보인다.
한국 농협은 왜 적자까지 감수하며 일본에 쌀을 퍼주나
한일 농업 협력의 가능성
한국 농협의 일본 쌀 수출이 비록 현재는 적자를 감수하는 수준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일본이 관세 정책을 점진적으로 완화한다면, 품질 좋은 한국 쌀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쌀값이 정상화되더라도 한국산 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때, 틈새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헐값 덤핑 방식이 아닌, 한국 쌀의 고급화 전략을 통한 시장 진입이다.
기후변화와 농업 안보
일본의 쌀값 폭등은 단순히 정책 실패만의 결과가 아니다. 2024년 여름 일본을 강타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쌀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 것이 근본 원인 중 하나다. 이는 기후변화가 농업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농업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장점을 살린 상호 보완적 농업 체계를 구축한다면, 기후변화라는 공동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고이즈미 신지로의 도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그가 과연 아버지처럼 기존 구조를 완전히 해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득권층의 저항에 막혀 중도에 좌절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등장으로 일본 농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6월 5일 국회에서의 "500%" 발언은 단순한 숫자 폭로가 아니라,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일본 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국민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역사적 순간이었다.
쌀값의 정상화는 단순히 가격 안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구조의 회복을 의미한다. 고이즈미 신지로가 이 험난한 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도전이 동아시아 농업 전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볼 일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얼마나 깊고 지속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본 국민들의 지지와 주변국들의 건설적 협력이 그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