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검은 갓은 1980년생 — 사자보이즈가 지운 붉은 갑옷

요약: 저승사자 검은 갓은 언제부터 저승사자의 옷이 됐나?

  • 사자보이즈의 검은 갓·검은 도포는 조선의 전통 복식이 아니다. 1980년 KBS 〈전설의 고향〉을 연출한 최상식 PD가 만들어낸 조형이고, 본인이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 무속 의례와 조선 회화 속 저승사자는 오히려 붉은 갑옷을 입은 관리·군인에 가깝다.
  • 숫자도 안 맞는다. 무속의 저승사자는 삼차사, 즉 3명이다. 사자보이즈는 5명이다.
  • 저승사자는 악당이 아니었다. 염라대왕 밑에서 정해진 시간이 된 영혼을 데리러 오는 공무원이고, 장례에서는 밥과 짚신을 차려 대접하던 손님이었다.
  • 함정: 그렇다고 "검은 갓은 순전한 창작"이라고 잘라 말하면 그것도 틀린다. 조선 후기 상여 꼭두 같은 민간 조형에 이미 갓 쓴 저승사자 형상이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오스카 2관왕(장편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을 가져가고 「Golden」이 빌보드 핫100에서 8주를 1위로 버틴 뒤에도, 사자보이즈에 관한 설명은 대체로 한 줄에서 멈춰 있다. "한국 전통 저승사자를 아이돌로 만든 것."

절반만 맞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그룹은 전통을 재현한 게 아니라, 1980년에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2025년에 다시 번안했다. 원전과 작품 사이에 방송국 하나가 끼어 있다는 뜻이다. 이 층이 안 보이면 "케데헌이 전통을 잘 살렸다"는 칭찬도, "고증이 엉망이다"라는 비판도 둘 다 과녁을 빗나간다.

사자보이즈 뜻: 저승사자의 '사자'는 사자(獅子)가 아니다

먼저 이름부터. 사자보이즈의 '사자'는 동물 사자가 아니라 使者, 심부름꾼이자 전령을 뜻하는 한자다. 저승사자는 그러니까 "저세상에서 온 심부름꾼"이다.

작품은 이 혼동을 알고 이용한다. 그룹 로고에는 사자(獅子) 문양이 들어 있고 공식 팬덤명은 'The Pride', 사자 무리다. 겉은 백수의 왕, 속은 저승의 말단 공무원. 영어권 매체 상당수가 아직도 "saja는 사자(lion)를 뜻한다"를 1순위 설명으로 쓰고 있는데,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使者가 먼저고 獅子는 말장난이다.

저승사자 진짜 모습은 붉은 갑옷이었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항목을 집필한 민속학자 김덕묵의 정리에 따르면, 무속 의례에서 저승사자는 관복이나 갑옷을 입은 군인·관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선시대 회화, 예컨대 지옥 판관 곁을 지키는 감재사자 같은 도상에서는 붉은 갑옷 차림으로 그려졌다.

검은색이 아니다. 붉은색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저승사자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염라대왕 휘하의 관리다. 서양의 그림 리퍼처럼 낫을 들고 목숨을 거두는 게 아니라, 명부에 적힌 시간이 된 사람을 데리러 오는 집행관에 가깝다. 관리에게 필요한 건 음산함이 아니라 위엄이고, 위엄의 복식은 갑옷과 관복이다.

제주 무가 〈차사본풀이〉에 나오는 대표적인 저승사자 세 명 — 강림도령(강림차사), 이덕춘, 해원맥 — 중 강림도령은 망자의 이름이 적힌 붉은 명부 적패지(赤牌旨) 를 들고 다닌다. 이름이 적히면 데려간다. 적히지 않으면 안 데려간다. 사자 개인의 감정이나 악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철저히 문서 행정의 세계다. 강림도령은 제주만의 신화도 아니어서 함경도 진가장 무가에도 등장한다.

저승사자 검은 갓 유래: 1980년 〈전설의 고향〉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의 그 이미지 — 검은 갓, 검은 도포, 창백한 얼굴, 검은 입술 — 는 어디서 왔나.

1980년 KBS 〈전설의 고향〉이다. 연출을 맡았던 최상식 PD가 훗날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다. 한국적인 죽음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지 고심한 끝에 나온 디자인이고, 저작권을 못 챙긴 게 아쉽다는 농담까지 덧붙였다. 45년 넘게 한국인이 "저승사자 하면 딱 떠오르는" 그 모습은, 조선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1980년 여름 안방극장에서 태어났다.

다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안 된다. 완전한 무에서 만든 창작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조선 후기 상여에 붙이던 꼭두 같은 민간 조형물 중에 갓과 도포 차림의 저승사자 형상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1856년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 상여'에는 50여 점의 꼭두가 달려 있다. 안전한 서술은 이렇다. 오늘날 통용되는 형태는 1980년 TV에서 정착했고, 그 이전 민간 조형에도 비슷한 요소가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케데헌이 참조한 것이 정확히 어느 층인지가 여기서 갈리기 때문이다. 사자보이즈의 무대 의상은 무속의 붉은 갑옷이 아니라 명백히 〈전설의 고향〉 계열이다. 계보를 그으면 이렇게 된다. 〈전설의 고향〉(1980) → 〈도깨비〉(2016, 검은 수트에 중절모로 현대화) → 〈신과함께〉(2017, 3인 1팀 구성) →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케데헌은 이 45년짜리 대중문화 계보의 최신판이지 원전의 복원이 아니다.

3명이어야 하는데 5명이다

숫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무속에서 저승사자는 보통 세 명이다. 삼차사. 황해도 지역 장례 의례에서는 이 셋을 대접하기 위해 밥 세 그릇, 짚신 세 켤레, 수저 세 벌을 차려 내놓았다. 사자밥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짚신을 놓는 이유가 좋다. 먼 길 오느라 신이 닳았을 테니 갈아 신고 가시라는 뜻이다.

공포의 대상에게 짚신을 갈아드리지는 않는다. 전통 장례에서 저승사자는 두려움보다 대접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무서운 존재이긴 하나 협상 불가능한 재앙은 아니고, 예를 갖추면 예를 아는 손님이었다.

〈신과함께〉가 저승차사를 3인 팀으로 짠 것은 이 전통과 정확히 맞는다. 사자보이즈는 5인조다. 진우, 애비, 미스터리, 로맨스, 베이비 사자. 왜 5명인가? 전통이 아니라 K팝이 그렇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5인조는 무대 대형이 나오고 포지션이 나뉘고 멤버별 팬덤이 갈린다. 여기서 참조 대상이 무속에서 아이돌 산업 문법으로 갈아탄다.

케데헌이 원전에서 가져온 것과 새로 만든 것

정리해두면 이렇다.

항목원전(무속·조선 회화)〈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름 뜻저승의 使者(심부름꾼)동일. 여기에 獅子 말장난을 얹음(로고·팬덤명 The Pride)
복식관복·갑옷, 회화에서는 붉은 갑옷검은 갓·검은 도포 — 1980년 TV 이미지 계열
인원삼차사, 3명5인조 아이돌
소속·성격염라대왕 휘하의 중립적 관리귀마의 부하, 즉 악역
하는 일명부(적패지)에 적힌 망자를 인도영혼을 수집해 바침
인간과의 관계사자밥·짚신으로 대접받는 손님팬덤을 거느리고 무대에서 홀림
죽음과의 관계죽음을 일으키지 않음. 시간이 된 뒤 데려감능동적으로 영혼을 노림

가장 큰 변형은 복식도 인원도 아니고 성격이다. 원전의 저승사자에게는 선악이 없다. 명부대로 집행하는 공무원이다. 케데헌은 이들을 악의 편에 세웠다. 여기가 창작이 가장 크게 개입한 지점이고, "저승사자를 악마로 그렸다"는 점만 놓고 보면 원전과 가장 멀다.

그래서 고증 실패인가

아니다. 그런데 이유가 흔히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감독 매기 강은 헌트릭스의 콘셉트 자체를 무속의 굿 의례에서 가져왔다고 밝혔다. 노래와 춤으로 악귀를 물리는 존재라는 설정은 무당의 직무 기술서와 겹친다. 이 작품은 전통을 몰라서 바꾼 게 아니라, 알면서 대중문화의 문법으로 옮긴 쪽에 가깝다. 저승사자를 악역으로 세운 것도 서사가 요구하는 선택이지 오해의 산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도상 차원에서 짚어볼 만한 지적은 있다. 미술사학자 허균의 논의를 다룬 서평에서는 호랑이와 까치 그림이 원래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는 부작화 계열이고, 죽음을 인도하는 저승사자와 한 화면에 세우는 것은 전통 도상 문법에서는 어색한 조합이라는 점을 짚는다. 더피와 서씨, 그리고 사자보이즈가 같은 세계에 공존하는 구도는 전통 문법의 계승이라기보다 현대적 재배치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작품이 한 일은 전통의 복원이 아니라 번안의 번안이다. 무속과 조선 회화의 붉은 갑옷 관리가 있었고, 1980년 TV가 그를 검은 갓의 사내로 바꿨고, 2025년 애니메이션이 그를 다시 다섯 명의 아이돌로 바꿨다. 세 층 사이에 45년과 400년이 각각 놓여 있다.

원본을 아는 게 작품을 깎아내리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사자보이즈의 검은 갓이 얼마나 최근에 만들어진 물건인지 알고 보면, 이 캐릭터들이 딛고 선 지층이 하나 더 보인다. 속편은 이미 공식 확정됐다. 2029년을 목표로 한다니, 붉은 갑옷을 볼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출처

koen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