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중고나라에서 중고 DSLR·미러리스 카메라 구매하기
카메라에 입문하려는데 신품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중고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막상 중고 카메라를 사려고 하면 뭘 봐야 할지, 어떻게 거래해야 할지 막막하다.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거쳐 터득한 중고 카메라 구매 노하우를 공유한다.
중고 카메라, 정말 괜찮을까?
많은 사람들이 "남이 쓰던 거라 찜찜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카메라는 중고로 사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특히 입문자라면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비싼 카메라를 사봤자 사용법도 서툴고, 열정이 식으면 결국 장롱 속으로 들어가기 십상이다. 차라리 저렴한 중고로 시작해서 실력을 쌓은 다음 업그레이드하는 게 현명하다.
첫 번째 관문: 셔터 수명 체크하기
중고 카메라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셔터 횟수다. 카메라의 실제 사용량을 알 수 있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셔터 수명 기준
- DSLR 보급형: 10만 컷 이상은 주의 (캐논 6D 등)
- DSLR 플래그십: 20만 컷까지도 무난 (5D 시리즈 등)
- 미러리스: 5만 컷 이상은 신중하게 판단
- 하이엔드 모델: 50만~100만 컷도 버티는 경우 있음
물론 이건 평균적인 기준이고, 관리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어떤 카메라는 2만 컷에도 셔터박스가 나가는 반면, 어떤 건 50만 컷을 넘어도 멀쩡하다.
셔터 횟수 확인하는 법
1. 웹사이트 이용 (가장 간단)
- camerashuttercount.com 또는 tools.science.si 접속
- 카메라로 촬영한 최신 RAW 또는 JPG 파일 업로드
- 즉시 정확한 셔터 횟수 확인 가능
2. 전용 프로그램 사용
캐논의 경우: EOS Info 프로그램 다운로드
- 카메라를 USB로 컴퓨터 연결
- 프로그램 실행하면 셔터 횟수, 펌웨어 버전 등 상세 정보 표시
3. 카메라 메뉴에서 확인
일부 니콘 카메라는 메뉴에서 직접 확인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숨겨진 메뉴여서 복잡하다.
셧터박스 교체라는 옵션
셔터가 고장 나면 바로 카메라가 폐기물이 되는 건 아니다. 셔터박스 교체라는 선택지가 있다.
- 교체 비용: 보급형 15만18만원, 중급기 20만30만원대
- 교체 후 상태: 새 셔터박스로 다시 0부터 시작
- 중고 시세: 셔터박스 교체 완료 제품들이 상당히 저렴하게 나온다
다만 셔터박스만 새거지 나머지 부품들은 여전히 노후화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셔터 상태 직접 확인하기
직거래 시 셔터를 몇 번 눌러보자.
- 셔터 소리가 둔탁하거나 이상하지 않은지
- 연사가 아닌 단발로 눌러봤을 때 반응이 빠른지
- 초점이 느리게 맞춰지지 않는지
- 사진에 가로줄이나 이상한 선이 나타나지 않는지
이상하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다.
두 번째 관문: 렌즈 상태 점검
바디 못지않게 중요한 게 렌즈다. 특히 곰팡이는 렌즈의 치명적인 적이다.
곰팡이 확인법
렌즈를 빛에 비춰보면 하얀 실처럼 생긴 곰팡이나 좁쌀 같은 흰 점들이 보인다. 이게 바로 곰팡이다. 먼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양이라 구별하기 쉽다.
곰팡이가 있는 렌즈는 웬만하면 피하자. 청소비용만 5만원 이상 들어가는데, 청소해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코팅 손상까지 생길 수 있다.
그 외 렌즈 체크 포인트
- 심한 긁힘이나 찍힘 자국
- 먼지 유입 정도 (약간의 먼지는 사진에 큰 영향 없음)
- 초점 링이나 줌 링의 작동 상태
- 렌즈 캡과 후드 등 구성품 완비 여부
직거래 시 현장 체크리스트
직거래를 하게 됐다면 이것들을 꼭 확인하자. 준비 없이 가면 나중에 후회한다.
만나기 전 준비사항
- 밝은 곳에서 만나기 (카페,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
- 시세 조사해서 적정 가격 파악
- 체크할 항목들 미리 정리해서 메모지 준비
- 배터리 완충 상태인지 미리 문의
외관 상태 체크
바디 점검
- 찍힘이나 심한 긁힘 확인 (특히 모서리 부분)
- 도색 상태 - 벗겨진 곳이나 재도색 흔적
- 각종 버튼의 작동 - 모드 다이얼, 십자키, 메뉴 버튼 등
- LCD 화면 - 긁힘, 액정 깨짐, 터치 반응(터치 모델의 경우)
- 배터리실 - 누액이나 부식 흔적
- 메모리카드 슬롯 - 삽입/제거가 부드러운지
상단/하단 점검
- 핫슈(플래시 연결 부분) - 변형이나 접촉 불량 여부
- 삼각대 나사 구멍 - 손상 여부
- 각종 단자들 - USB, HDMI, 마이크 단자 등
기능 테스트
기본 촬영 기능
- 셔터 반복 테스트 - 여러 번 눌러보기
- 모든 모드에서 촬영 - Auto, M, A, S 모드 등
- ISO 변경 테스트 - 높은 ISO에서 노이즈 확인
- 연사 기능 - 속도와 버퍼 확인
초점 및 측광 시스템
- AF 속도와 정확도 - 가까운 곳과 먼 곳 모두
- AF 포인트 이동 - 정상 작동하는지
- 수동 초점 - 포커스 링이 부드럽게 돌아가는지
- 측광 모드 변경 - 스팟, 중앙, 매트릭스 등
고급 기능
- 동영상 촬영 - 화질과 음성 녹음 상태
- 이미지 스테빌라이제이션 - 손떨림 보정 작동 여부
- 플래시 팝업 및 조광 - 내장 플래시가 있다면
- Wi-Fi 연결 - 스마트폰과 연동 테스트
렌즈 정밀 검사
광학 상태
- 전면 렌즈 - 긁힘, 코팅 벗겨짐, 곰팡이
- 후면 렌즈 - 마운트 부분 포함해서 꼼꼼히
- 렌즈 내부 - 먼지나 곰팡이, 이물질 확인
- 조리개 날개 - 개폐 상태와 기름때 여부
기계적 작동
- 줌 링 - 부드럽게 돌아가는지, 헐겁지 않은지
- 포커스 링 - 적당한 토크와 부드러운 회전
- 손떨림 보정 스위치 - ON/OFF 작동 확인
- 조리개 링 - 수동 조리개 렌즈의 경우
촬영 테스트
- 전 초점 거리에서 테스트 - 광각부터 망원까지
- 전 조리개에서 테스트 - 개방부터 최소 조리개까지
- 근접 촬영 - 최단 초점 거리 확인
- 무한대 초점 - 원거리 초점 정확성
구성품 및 기타
필수 구성품
- 배터리와 충전기 - 정품인지, 충전 상태 확인
- 스트랩 - 순정품 여부
- 바디캡과 렌즈캡 - 전면/후면 모두
- 사용설명서와 박스 - 있으면 관리 상태 좋았을 가능성 높음
추가 확인사항
- 시리얼 넘버 대조 - 박스와 바디 일치 여부
- 펌웨어 버전 - 최신인지 확인
- 커스텀 설정 - 초기화 상태인지
- 워런티 정보 - 남은 보증 기간
협상 및 결제
최종 점검 후 협상
- 발견된 문제점 정리해서 협상 근거 마련
- 시세와 비교해서 적정선 제시
- 즉석 결정보다는 잠시 시간 달라고 하기
안전한 결제
- 계좌이체 추천 - 거래 증빙 남음
- 현금 거래 시 위조지폐 주의
- 거래 완료 메시지 카톡이나 문자로 남기기
이 과정이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몇십만 원짜리 장비를 사는 거니까 충분히 투자할 만한 시간이다. 꼼꼼히 확인하고 넘어가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중고 카메라 구매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하면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너무 싼 가격에 현혹되거나, 급하게 결정하려 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비교해보자.
첫 카메라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좋은 경험으로 시작해야 카메라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더 나은 장비로 업그레이드할 동기도 생긴다.